카피라이터 정철의 불법사전 책 리뷰
꽉 막힌 생각에 날개를 달아줄 발칙한 상상력으로 가능한 책이 있습니다. 바로 카피라이터 정철의 '불법 사전'이라는 책인데 발상의 전환에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고지식한 사람과 융통성이 있는 사람 중 어떤 사람이 더 성공할 수 있을까요? 다른 말로 표현해 보겠습니다. 고정관념이 강한 사람이 마케터로서 일을 할 수 있을까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니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고정관념이 강하여 생각에 유연성이 없는 사람은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의 모든 발견과 발명품들은 생각의 유연성을 바탕으로 발상의 전환에 성공함으로써 탄생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점점 자신만의 관념이 생기는데 이러한 관념이나 편견들이 생기지 않도록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들을 받아들여서 머리가 굳어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한 점에서 카피라이터 정철의 '불법 사전'이라는 책은 정말 좋은 교과서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내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게 됩니다. 심지어 사물의 마음까지 이해하게 됩니다. 어떻게 이런 생각들을 했을까 싶을 정도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책 속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 잠시 살펴 보겠습니다.
비누
수줍은 짝사랑.
하루 종일 사람의 손길을 기다린다.
기다리다 지쳐 바짝 마르고
살갗이 쩍쩍 갈라진다.
그러나 사람의 손길이 닿으면
너무 부끄러워 미끄러져 달아난다.
하루
인생의 압축.
아침엔 아이처럼 서두르고.
낮엔 어른처럼 열심히 싸우고.
밤엔 노인처럼 조용히 눈을 감고.
하루를 성공하면 인생은 성공이다.
축구
열 한명 대 열 한 명, 더하면 스물두 명, 거기에 심판이 셋.
총 스물다섯 명이 축구공 하나를 90분 내내 죽어라 쫓아다니는 게임.
수요와 공급의 지독한 불일치가 인생을 얼마나 진땀 나게 하는지 가르쳐주는 운동.
지렁이의 후회
밟으면 꿈틀거렸다.
숨이 끊어질 때까지 꿈틀거렸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는 소문이 나버렸다.
사람들은 꿈틀거리는 구경을 하려고 지렁이만 보면 밟는다.
고작 꿈틀거리는 것이 저항의 전부라면 그냥 죽은 체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독신이 늘어나는 이유
한 사람이 독신선언을 하면 그 사람과 짝이 되어야 할 아무 죄 없는 또 한 사람이 영문도 모른 채 독신이 되어야 하니까.
인구는 한 사람씩 늘지만 독신은 두 사람씩 늘어난다.
5대 거짓말
1. 노처녀, 나 집 안가.
2. 장사꾼, 손해보고 판다.
3. 노인, 빨리 죽어야지.
4. 중국집, 지금 출발한다.
5. 정치인, 국민은 위해!
이 5대 거짓말 중 정치인의 거짓말은 사실 거짓말이 아니다. 이제라도 그들의 억울함을 풀어줘야 한다. 정치인은 정말로 국민을 위해 일한다. 자신도 국민이니까. 보통 국민보다 조금 더 중요한 국민이니까.
편견과 고정관념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편견은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 또는 상대에 공감하지 못하는 태도를 가리킵니다. 또한 고정관념은 잘 변하지 않는 확고한 의식이나 관념 및 어떤 집단의 사람들에 대한 단순하고 지나치게 일반화된 생각들을 의미합니다.
카피라이터 정철의 '불법사전'에 나오는 비누에 대한 글을 보면 그 누가 비누의 입장에서 생각을 했을까요? 우리에게 비누는 그저 손을 깨끗하게 씻기 위한 도구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그러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비누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봅니다. 정말 놀랍지 않습니까?
마케팅을 하는 사람은 사람들이 잘 생각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사람들의 머리에 자신이 홍보하고자 하는 것을 각인시켜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누가 읽거나 들어도 머리에 박힐정도로 신선해야 합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단어나 행동을 한다면 그러한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요? 정답은 '아니오'일 것입니다.
이 책은 단어 하나를 붙들고 거기에서 끄집어낼 수 있는 모든 생각의 파편들을 집대성한 책입니다. 꼬리를 무는 발칙한 상상을 하는 것도 재미있고 그것을 글로 옮기는 것도 무척이나 재미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마저도 작업을 하면서 재미있었다고 하니 읽는 사람도 그와 같지 않을까요?
이 책의 제목이 '불법 사전'인 이유는 불법이란 평범하고 일상적인 생각을 거부하고 규격화된 반듯한 질서를 사양한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자의 불법 해석이 모든 사람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 세상을 조금은 다르게 보는 시각을 갖게 된다면 정말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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